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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19-06-15 17:32:51, Hit : 39, Vote : 5
  토요 살롱 265회 " Zero Sum "

종정이 부인의 목소리는 예의 카랑카랑한 자신감과 힘이 실린 목소리로 돌아왔다.
하루에 2시간만 자고 종일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 다니며 노가다일에 병간에
애들 치다꺼리에 살림살이에 어디 아플 틈도 없이 15년을 하루같이 고되게 살면서도
어디서 그런 자신감과 밝은 에너지가 솟아나오는지 정말 불가사의다.

오히려 더 밝고 또랑또랑한데다 웃음기조차 묻어 있으면서도
뭔가 소녀 같은 부끄러움과 애교가 느껴질 정도라
목소리만 들어 봐도 종정이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종정이이가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보네요.”

“아, 예. 하하,  퇴원 날자는 아직 못 잡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더.
다 염려해주신 덕분이라예.“

“ 어이고 제가 무슨, 아무런 보탬도 못 되고 그냥 염려만 하고 있을 뿐인데요.
  하여튼 대단하십니다. 지난 15년 세월도 세월이지만 벌써 병원생활이 7개월짼데.
  아주 건장한 젊은 사람도 병원 간이침대에서 하루만 자도 온몸이 다 쑤실 텐데
  참,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지난주에 전화를 못 받으셔서 걱정이 돼서 택이한테 연락했거든요. “

“ 죄송합니더. 바로 전화 드릴라고 했는데 여기저기 쫒아 다니다 깜빡했어예. ”

부인의 경쾌하고 여유를 찾은 목소리가 순간 다음에 전화할 때는
더 에너지가 충만한 목소리로 집에서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변에 투병하는 친구들, 선후배들, 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6년 전에 종합 검진 받으러 갔다 우연히 발견한 췌장암 수술을 받은 원철이가
복수가 차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둑 떨어져 서울 대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고
충우가 톡으로 알려 와 다들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췌장암은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말기라 치유가 힘들다고 하나
원철이는 천행으로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아주 초기에 발견해
수술 후 건강을 되찾은 희귀 케이스로
얼마 전 불치암 치료 성공 사례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자신의 치료와 완치 과정을 증언하기도 했었다.

휴일이 끼어 주치의를 만나지 못해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병실도 없어
동네 가까운 경찰병원으로 옮겼다고 해 다들 걱정을 했으나
주치의 진단 후 다행히 단순한 담석증으로 간단한 수술로 담석을 제거하면
정상회복이라고 하여 안심할 수 있었다.

원철이는 지난 4월 초에 2주 일정으로 히말라야를 정복하고 왔다.
자기가 속해 있거나 무슨 왕래라도 해 보거나 하다못해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등산 동호인 단체와 함께 간 게 아니라
생면부지의 어느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 제품 제조회사에서 본사 직원들과
대리점 직원 대상으로 광고 홍보 겸 오리엔테이션 비슷하게
단체로 히말라야 등반 가는데 자기들 인원만으로 부족해
일반인 대상으로 몇 명 모집 광고를 낸 걸 보고 응모하고 간단한 테스트를 거친 후
무작정 따라 갔다고 한다.
고산병으로 도중 탈락자가 많았지만
목적지인 5,500m 정상까지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왔다고 하니
그 열정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고 할 수 밖에.

돌아와서 몸살을 심히 앓다가 나을만하니까
이번에는 우리 산우회의 최 종호, 변 동원, 김 종락이와 당일치기 지리산 종주를 했다고 한다.
지리산 종주는 보통 일반인들에게 2박 3일 코스로 알려져 있다.
머리에 전등을 두르고 새벽 3시에 산행을 시작해 당일 저녁 9시에 하산했다고 한다.

한참 팔팔한 나이에도 무리가 따를 텐데 칠순을 앞 둔 노인들에게
기개가 가상하다고 칭찬 할 수도 없고 만용이라고 나무랄 수도 없고
뭐라고 딱히 표현할 말이 없는 거 같다.
그러고 다녀와서 또 몸살과 고열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히 앞으로 다시는 당일치기 지리산 종주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 번에 발견 된 경미한 담석증이 오히려 원철이에게는
한 번 돌아보고 멈출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요번에 퇴원하면 운동 강도를 줄이고 느긋하게 여행이나 다니려 한다.”

글쎄, 제발 무리하지는 말기 바랄 뿐이다.

5,6년 전인가 어느 봄날 상명 대 경영학과 교수 명식이가 상의할 게 있다며 좀 보자고 했다.

“ 우리학교에서 내가 맡은 과목 중에 각계에서 성공하거나 특별한 경험을 쌓은 외부인사에게
  사회에서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의 성공담에 대한 강의를 하게하고
  신청학생들에게 학점을 인정하는 코스가 있거든.
  2시간 강의인데 우리 동기들 중에도 몇 명이 강의를 해 줬어.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는데 니가 한 번 와서 강의 좀 해 주면 해서. “

당연히 펄쩍 뛰었다.
성공한 사회인사에 절대 속 할 수 없는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강의를 하느냐,
오히려 실패로 점철된 인생인데.
더구나 앞으로 장밋빛 인생에 대해 잔뜩 기대를 하고 있을 애들 앞에서.
그리고 2시간을 혼자거 떠들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내용이 뭐가 있겠냐.

하지만 옆에 있던 재수도 실실 웃으며 바람을 넣고
동석한 상명 대 가정대 학장인 명식이 동료 여교수도
‘잘 하실 거 같아요. 저도 응원할게요.’
하기에,
‘내가 뭐 성공한 거는 없고 반대로 실패한 거만 쭉 늘어놓아도 되겠냐.’
그럼, 그게 더 진솔할 수도 있지.

얼마 후 명식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 약력과 강의 제목과 강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내 달라고 했다.
사전에 검토가 필요하고
강의 신청하는 학생들에게도 개략이나마 강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어야 하고
총장한테 보고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때 내가 택한 강의 제목이 ‘Zero Sum' 이었다.

Zero Sum 이란 용어는 하버드 경제학 박사로 MIT 경제경영학부 교수이던
Lester Thurow 교수가 1981년에 저술한
‘the Zero Sum Society : distribution and possibilities for economic change '에서
유래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임이나 경제적 상황에서 참가자 전원의 이익을 더하면
항상 제로가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주식시장 같이 시장이 폭등하여 시장 가치가 커지는 바람에 참가자 전원이 이익을 보고
반대로 폭락하면 전원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예외이다.
이런 경우 플러스 섬, 마이너스 섬이라고 한다.

바로 이 책이 출간하던 해에 대통령으로 당선 된 레이건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케인즈의 유효 수요 증대 이론만으로는 불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보고
이 이론을 도입하여 세출 삭감, 대폭적인 감세와 기업의 규제 완화로 공급 확대 정책을 펴
미국의 실업 율을 줄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공급과 수요의 자율 조절기능을 보다 중시하는 시카고학파에 근거를 둔 레이거노믹스다.

물론 세입 축소에 반한 대대적인 군비 확충으로 대규모 재정적자를 겪는 후유증이 있었지만
소련과의 무한대 군비경쟁으로 소련이 재정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소련이 붕괴되고 마는
소련 붕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철저한 반공 반독재 주의자였던 레이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소련의 공산 독제 체제를 뒤집기 위해 소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소련과 군비확장 경쟁을 해 소련을 망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중 하나의 예가 미국이 대륙 간 탄미사일 요격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역 정보를 흘려
이를 자신들의 첩보 활동으로 얻어낸 일급 정보로 믿은 소련으로 하여금
이의 개발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게 하였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세계 어느 나라도 대륙 간 탄도 미사일 요격 미사일은 아직도 개발하지 못했다.
이걸 개발하면 기존의 핵탄도 미사일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이를 보유한 국가는
마음대로 아무나라나 아무 때나 미사일을 쏘아대도 상대국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구소련이 패닉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전공 서적이라고는 제대로 완독한 게 한 권도 없는데다
졸업이후 경제학 공부를 한 적이 없는 내가 경제학을 가지고 강의를 한다는 건
정말 웃기는 이야기라 마이크를 잡으며,

‘ 여러분들이 다 알다시피 Zero Sum이란 말은 MIT 경제학 교수인  Lester Thurow 가
  저술한 경제학 저서 제목에서 유래된 경제학 용어입니다.
  제가 비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대학 다닐 때 공부도 안 했고
  했더라도 수십 년 전 일이라 이미 오래 전에 다 까먹었을 거라
  경제학에 대한 초보 지식도 없는 주제에 무슨 경제학 가지고 여러분에게 이야기 할 자격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Zero Sum 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학술적 공부는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바라고 저는 오늘
  Zero Sum을 우리 인생에 비유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

그러자 전혀 예측하지 못했는지 잔뜩 기대하고 귀를 기울였는데 엉뚱한 이야기를 하니까
실망했는지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험을 쳤다하면 떨어지고 연애도 첫사랑에 실패하고 사업도 여러 번 망한 과거사를
꾸밈없이 전혀 심각하지 않게 만담조로 늘어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하자
학생들도 마음이 풀렸는지 자세도 편해 보이고
처음에는 키득키득하다가 점점 소리 내어 웃기도 하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인생을 돌아보니까 대체로 zero sum 인 거 같다.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행복했던 시간도 있고 불행하다고 절망한 시간도 많았지만
이걸 합해보면 플러스 마이너스해서 제로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인생을 살다보면 성공이라고 여기는 순간 보다 본인이 실패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도 우리 인생, 삶의 일부분이고
어찌 보면 성공보다 더 중요한 일부 일 수 있으니까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성경에 ‘담대 하라, 두려워마라’ 라는 말이 365번 나온다고
어느 목사님이 설교 중에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매일 한 번씩은 두려워하지 마라, 담대 하라 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라는 뜻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실패에 담대해지려면 반드시 실패를 되돌아봐야 하는데 이 때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서 내가 뭘 잘못하고 어리석어 실패했을까 해야지
주변 환경을 비관하고 누구 원망하고 운을 탓하면 그 상황이 바로 불행으로 직결될 수 있고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고 그걸 진심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
실패를 즐길 수는 없더라도 실패를 두려워하지는 않게 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로 제로섬이 적용될 수 있는 거 같다.
여기 기독교도가 아닌 학생도 많을 텐데 자꾸 성경을 인용해 죄송하지만
신앙과 별 관계가 없어서 예를 들어보고자 하는데
그렇다고 제가 성경을 달달 외우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것도 목사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로서
성경에,
‘누가 자기에게 어떻게 대하는가를 알려면 그 사람에게 자기가 어떻게 대했는가를
보면 된다. 자기가 대한 만큼 대우를 받는다.‘
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즉 인간관계에 있어서 특히 부모 형제와 같은 친족관계가 아닌 제3자와의 관계에 있어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는 이야기다.
즉, 인간관계에 있어서만은 준만큼만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를 사랑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자기가 먼저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자기가 아끼는 물건은 쓸고 닦고 하면서
정작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은 항상 그 자리에 있겠지 하고 아무렇게 대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은 자기가 둔 자리에 언제나 그대로 있지만
사람은 자기가 지정한 자리에 항상 있으란 보장이 없다.

또는 쓰잘 데 없는 자존심이나 교만 때문에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데
상대방도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거나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이 자기에게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에 삐져서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은 그만큼 항상 살피고 들여다보고 쓸고 닦아야 한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까 2시간이 후딱 지나가
맨 앞줄에 앉아서 강의 내용을 체크하고 있던 명식이가 연신 시계 찬 손을 들어 보이며
빨리 마무리하라는 신호를 보내는데도
정작 하고자 하려는 이야기의 반환점도 제대로 돌지 못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마무리하며 좌중을 돌아보니까
강의를  시작할 때는 간간히 머리를 엎드리고 조는 학생들이 보였지만
어느새 부터인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한 곳에 모여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무리하자 얼떨떨할 정도로 박수가 터져 나오고 소위 standing ovation 도 받았다.
몇몇 학생들은 멘토로 삼고 싶다며 연락처를 알려달라고도 했다.

이런 의외의 반응에 명식이도 놀랐던 거 같았다.
명식이의 평은,
‘그렇게 자신의 과거의 오점이나 치부를 대중 앞에서 죄다 까발리기 쉽지 않은데
종호, 너의 정직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어필한 거 같다.‘ 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인생의 수지타산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각자 자신이 겪어온 세월과 현재 처한 위치와 환경을 스스로 평가해 보고
plus sum이라며 만족해 할 수도 있을 거고
minus sum이라며 지난세월이 아쉬워 앞으로 남은 기간 만회하려는 기대도 할 수 있지만
다 내려놓고 초야에 묻힐 수도 있고 불운을 탓하며 좌절하고 있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는 플러스도 될 수 있고 마이너스도 될 수 있고
그래도 그럭저럭 선방하며 기본은 했다고 자족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생을 마감할 시점에는 어떤 식으로든 제로섬이 된다고 한다면
플러스가 되는 부분은 그만큼 어디다 베풀어야 되고 현재까지 마이너스라면
어디서든 그 부족분이 채워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마이너스인 경우는 앞으로 좋아질 일만 있을 거라 오히려 걱정이 없을 수 있는데
플러스라면 제로로 맞추기 위해 앞으로 마이너스가 될 일이 일어날 거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감히 객관적으로 그리고 냉정히 들여다보면
우리 동기, 더 넓혀 우리 서울고 동문들은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면
물론 예외가 없을 수 없지만
거의가 현재까지의 수지타산으로는 플러스라고 단언해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의 플러스 부분을 강제로 압수당하는 우를 범해 곤욕을 치르기 전에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리고 기꺼이 플러스 부분을 헌납하는 거가
현명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2019.06.15. 송 종 호.




토요 살롱 266회 " 望外 인 줄 알면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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