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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20-02-01 21:26:54, Hit : 164, Vote : 10
  토요 살롱 287회 " 逆 行 "

소한 대한 다 지나고 설도 지나고 가장 춥다는 한겨울 일월도 다 지나고
글피 2월 4일로 입춘이 닥치는데도 이번 겨울 들어 여태 눈 한번 제대로 밟기는커녕
진눈깨비인지 싸락눈인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다 녹아버려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잠깐 한두 번 스치듯 날린 외에 눈이란 걸 제대로 구경조차 못했다.
그렇다고 예년처럼 건조 경보가 수시로 발동될 만큼 바짝 마른 겨울도 아니다.
영하의 날에는 하늘이 말짱하고 뭔가 쏟아질 거 같이 흐린 날은 영상이라 비가 내리고.
강우량으로 치면 평년 수준은 넘는다.
다음 주부터 기온이 좀 내려간다지만 영하 십 몇 도의 추위는 아니다.
3월까지 춥다지만 일월 강추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온이 급강하하기 시작한 11월 중순 이후 영하 10도를 찍은 날이 경우 이틀이다.
설 무렵부터는 영상의 포근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거의 봄 날씨다.
11월 중순 추워지며 일찌감치 겨울 내의를 꺼내 놓았지만
영하 10도의 날에도 ‘앞으로 더 추워질 텐데 이 정도까지는’ 하고 덜덜 떨면서도 버텼는데
여태까지 입어보지 못하고 있다.
이 조시라면 이번 겨울은 내의를 입어보지도 못 하고 지나갈 거 같다.

지난여름 시베리아에서 내려 온 한랭전선이 걸쳤다 나 어쨌다 나
여하튼 별 더위 없이 보내 이번 겨울은 과연 어떨지 궁금했었는데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으니 겨울은 혹한이 닥치지 않을까 라는 예상도 해 봤지만
막상 이번 겨울은 북풍한설이 몰아치던 최근 몇 년과 비교해
유례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예년 경우의 강추위가 시베리아 냉기류가 남하해 장기간 한반도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는데
그 냉기류의 순환이 여름으로 이동했는지 어쨌는지 이번 겨울의 이상 난동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다.
여름이 혹서이면 겨울이 혹한이고 여름에 덜 더우면 겨울에는 덜 춥다 라는
옛날부터의 속설이 통하는 걸까.

참으로 오랜만에 연말, 연시, 설 연휴까지 한국에서 보냈다.
보통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미국 가서 가족과 연말을 보내고 1월 중순경 돌아 와
설은 한국에서 보내며 설 연휴 동안 강원도 안창 숙모님에 가서 일박하고
설날에는 아침 일찍 장모님 댁에 들러 장인어른 차례지내고
다음 날 오전에 한성이네 가서 한성이네 부모님께 세배 드리고
한성이네 가족들과 점심을 같이 들며 시작하는 대작을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가며
주종 불문하고 퍼 마시다 한성이네서 자고 다음날 아침까지 챙겨먹고 오기도 해
설 연휴가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았는데
3년 전부터 미국에서 설을 지내고 오다보니까 그런 설 순례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안창에는 한식에 성묘 다녀오는 길에 들러 일박하는 거로 대체하고
한성이 아버님이 4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한성이 어머님께는 미국에서 돌아와 적당한 시간에 인사를 드리러 가곤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설 연휴에도 여기에 있게 되어 오랜만에 설을 안창에서 쇨 수 있었다.

설이라는 의미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유별난 거 같다.
그냥 단순한 휴일은 아니다.
어릴 때 추억이나 떠올리게 하는 전통 명절만도 아니다.
마음을 들뜨게 하는 뭔가가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설을 아예 지워버리려고 1월1일에 차례를 지내는 등 설에 하던 풍습을 옮기고
설을 쇠는 경우 처벌까지 했지만 생계를 일제에 의지하던 일부 친일파를 제외하고는
국민들이 몰래 설에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를 지내는 등 설을 쇠었고
박 정희 시절에도 일제의 잔재를 좇아 이중과세라며 설을 못 쇠게 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혹시 들킬까봐 굴뚝 연기를 감춰 가며 음식을 장만하고
단속이 뜸한 통금 이후에 전등을 끄고 희미한 촛불아래 차례를 지내는 등
공무원, 경찰, 군인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잡혀갈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설을 우리의 최대 명절로 지켜냈다.

세월이 지나며 그리고 만국 공통인 서기 1월1일을 기해 해가 바뀌게 되어 있어
설에 누구나에게 건네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란 새해 인사가
설 보다 1월 1일에 주고받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졌지만
그렇다고 설이 우리에게 주는 느낌이나 의미가 조금도 희석되거나 축소되지는 않았다.
아리랑이 우리 한민족에게 공통적인 동질성을 일깨워주고 공통적인 상징성을 부여하는 거처럼
설도 단순한 명절이기 이전에 우리 민족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상징성 내지 정체성을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설이란 고유 명칭이 있는데도
아직도 일제가 폄하하여 제정하고 박 정희 시절 부활시킨 구정이란 어휘를
여전히 습관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고 설에 차례를 지내는 전통 풍습에도 불구하고
일제와 박 정희의 유훈에 따라 구지 설이 아닌 1월 1일에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큰 애가 태어난 1989년부터 한 결 같이 일 년에 두 번, 지난 30년간 다닌 안창 가는 길은
가을 추석 길에 마주하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둔덕이나
한 겨울 설에 펼쳐지는 황량한 산야나 이제는 겨울에도 좀처럼 얼지 않는 시퍼런 한강이나
언제나 정겹고 설레고 그 가운데를 지나고 있으면서도 그리움을 떨칠 수 없어
지난 세월 추억과 함께 달리는 길이다.
이 길을 혼자 다니고 있는지도 벌써 18년째다.

올림픽대로를 끝까지 달려 미사리를 지나 경춘 고속도로를 타자마자
오른쪽 양평 방향으로 빠져 팔당대교를 넘어 대교 끝 삼거리에서 양평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팔당 4개 터널을 통과하여 오른쪽에 한강을 끼고 양 수리를 지나면
옥천 냉면으로 유명한 옥천이 나오고 그 다음이 국수 역, 국수 역을 지나
양평경내에 접어들자마자 복잡한 읍내로 들어가기 전 왼쪽으로 2개 차선을 점유하고 갈라지며
홍천 가는 우회도로로 고속도로 급 산업도로가 나 있는데 그걸 타고 30분쯤 가다
양동 표지가 난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내처 30분가량 양방향 차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꼬불꼬불 산길을 두어 번 넘어 달리면 안창이다.

“ 추석에 꼭 와.”
큰 조카가 한 냄비 푸짐하게 끓인 청국장으로 식구들이 모두 둘러 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들고
조카들이 김장김치 두 통과 마늘 한 접을 챙겨 트렁크에 싣는 동안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 해대던 금년에 93세 되시는 숙모님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눈가에
물기가 젖어 있었다.  

“ 대상포진 예방주사 맞으셨어요?”

“ 아닌데요.”

“ 아니 왜요? 65세 이상 어르신들께는 무료예요.
  무료라니까 아무나 오고해서 저희 동구에 일 년 이상 거주하신 어르신들로 한정했기 때문에
  주민 센터에서 주민등록 등본 한통 떼서 지정된 병원에 가시면 무료로 맞을 수 있으세요.
  주민 센터 바로 밑에 정형외과 있지요?
  주님 센터 들렀다 거기 가서 맞으세요. “

“ 폐렴 예방주사는 맞으셨네요. 지난 10월에 독감 예방 주사 맞으셨어요? ”

“ 아니요.”
3년 전 10월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며칠 후 바로 감기가 걸려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

“ 그것도 무료인데 왜 안 맞으셨어요? 금년 가을에는 꼭 맞으세요.”

“ 기억력 검사해보셨어요?”

“ 기억력 검사라니요? 뭐 아이큐 검사 같은 건가요?”

“ 그게 아니고요, 65세 이상이 되시면 2년에 한 번은 기억력 검사를 꼭 하셔야 돼요.
  치매가 오더라도 자신은 감지하지 못하거든요.
  동거인이 있으면 알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어르신은 혼자라 꼭 받아 보셔야 돼요.
  저희 보건소에 오셔서 그냥 신청하시면 돼요. 이것도 무료로 해 드리거든요.

“ 골다공증 검사도 무료로 해 드리는데 기계가 들어온 지 한 달 된 최신 기계라
  어디 대형 병원 보다 더 좋아요. 그런데 신청이 밀려 예약하셔야 돼요.
  스케일링도 무료로 해드려요. 예약하셔야 하고요. “

“ 우리 동구 보건소가 인천 의료원과 협약을 맺어 어르신들께 암 검사를 무료로 해드리는데
  안 받아보셨지요? 금년이 짝수 해라 어르신이 해당되니 꼭 받으세요.
  인천 의료원에서 복부 초음파도 무료로 해 드리거든요.
  이건 예약이 밀려 저희들에게 신청하시면 날짜를 잡아드리는데
  가시는 날 암 검사도 같이 하시면 되겠네요. “

“ 보건소에서 하는 일이 많네요. 노인네들로 북적대겠어요?

“ 예 많이들 오세요. 출근하다시피 매일 한번 들렀다 가는 분들도 계세요.”

“ 우리나라가 참 많이 달라졌네요. 이렇게 일일이 방문해서 상담도 해 주고.”

그 며칠 전 지역 번호가 인천 동구인 낮선 전화 한통을 받았다.

“ 저기 송 종호 어르신 되세요?”
약간 갈라지고 쇳소리도 좀 섞이고 또박또박하지만 발음이 느릿느릿해
아줌마라고 하기에  나이가 훨씬 더 들어 보이는 노숙하고 점잖은 목소리의 여자 분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왔다.

“ 예, 맞습니다만.”

“ 여기 동구 보건소인데요, 저는 보건소에 속한 간호사입니다.
  제가 찾아뵙고 건강 상담을 해 드리려고 하는데 시간 약속을 좀 할까 합니다. “

그래서 약속을 정했는데 정확한 시간에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 한 묶음과
파스 한 통을 들고 찾아왔다.
머리를 까맣게 염색한 티가 나고 얼굴에 화장을 두텁게 해 최대한 주름을 감추고
구찌베니를 짙게 발라 입술 모양을 도드라지게 했지만
아무리 잘 봐도 우리보다 열 살 이내 차이로 보이는 할머니였다.  
정년퇴직한 간호사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 언제부터 이렇게 일일이 가정 방문하며 노인네들 건강 체크하기 시작했어요?

“ 얼마 안 됩니다. 일 년도 채 안 되어요.
  제가 맡고 있는 고객이 300명쯤 됩니다.
  그래서 2-3개월에 한 번 꼴로 만나 뵙고 뭐 도와드릴 게 없나 상담하고  
  기본적인 거 체크하고 그러지요.
  그런데 어르신은 간단히 피 검사하고 혈압도 재 봤는데 당 수치도 그렇고 혈압도 그렇고
  정상이시네요. “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손가락 끝에서 피를 뽑아 피검사하고
팔을 걷고 혈압을 쟀다.
키도 묻고 몸무게도 묻고 운동량도 묻고 나의 병력뿐 아니라 조상들 병력까지 물어 기재했다.
새벽에 뛴다고는 할 수 없어 하루에 한 시간씩은 걷는다고 하니까
주로 언제 걷느냐고 해 새벽이라고 했더니 펄쩍 뛰었다.
여름이면 몰라도 겨울에 찬 공기 맞으며 새벽에 운동하는 건
특히 노인들에게는 심장이고 순환계고 급작스레 무리가 올 수 있으니까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 하였다.

“ 오늘 새벽에도 걸으셨어요?”

“아, 예.”

“내일부터 당장 새벽에 걷는 건 중단하셔야 해요. 아셨지요?”
순식간에 돌변해 째려보며 엄한 표정을 짓더니 눈까지 살짝 홀겼다.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 아니 독거노인이 그렇게 많아요?”

“ 독거노인뿐 아니라 치매 환자, 장애인 등 다 포함해서입니다.
  하여튼 제가 2달 쯤 후에는 다시 방문 할 테니까
  그 때 만나서 다시 상세히 스케줄 잡도록 하고 그 때까지 다른 건 몰라도
  대상포진 예방 주사는 꼭 맞으셔야 돼요?
  맞으실 때까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확인할 겁니다. “

일주일이 아니라 그 다음 날 당장 전화가 왔다.

“ 대부분 일러주면 바로 다 까먹어 전화 드렸습니다.
  주민등록 한 통 떼서 지정병원에 가서 대상포진 예방주사 맞으셔야 돼요.“

아닌 게 아니라 겨우 하루 지났는데 대상포진이고 뭐고
보건소 간호사가 다녀간 거조차 깨끗하게 까먹고 있었다.
‘이거 기억력 검사를 해 봐야 되는 거 아니야?’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누군가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생겼다니?
안도하고 좋아해야할지 무슨 시어머니 제대로 만난 게 아닌가 하고 귀찮아해야할지  
뭔가 잠시 정리가 잘 안되었다.

국가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기초적이나마 주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일종의 주치의를 붙여준 셈인데
어쨌든 하라는 대로 안하면 할 때가지 계속 추궁하며 일방적으로 야단맞아도
마땅히 대응 방법이 없는 끈질긴 잔소리꾼 하나 만난 건 확실했다.
내 몸의 건강을 위해 잔소리 해 댄다는데 뭘 핑계로 갖다 대겠는가.

그러나 이런 새로운 복지 정책의 시행은 적은 비용으로
특히 운신을 제대로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소나마 안도도 하고 혜택도 볼 수 있는
좋은 발상인 거 같다.
누가 전화해 주고 정기적으로 찾아와서 이것저것 체크도 하고 말도 걸어 주고 하면
그 거만으로도 외롭게 투병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투병 중인 친구에게 위로의 말이라고 한다는 게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면역력을 키우는 거야.
담배 끊고 술 적당히 줄이고 건강식을 해서 면역력을 키워야 돼.‘ 라고 해 깜작 놀라
당장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여러 명이 동석해 분위기 망칠까봐
가까스로 참고 만 적이 있었는데 한참 커 가는 아이들도 아니고 나이 칠십 줄에 접어들어
무슨 뚱딴지 같이 면역력을 키워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러 면역력을 약하게 할 이유는 없지만 나이가 들면 노쇠현상으로
자연스레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면역력을 키우려면 먼저 청춘부터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래서 약해지는 면역력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피하는 수밖에 없다.
건강식도 뭐가 건강식인지 무슨 정의가 따로 없다.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담배는 자기 의지력으로 끊어야 되지만 나이 들면서 자연스레 주량도 줄고
식사량도 줄고 육식도 덜 댕기게 된다.
몸에 과하거나 맞지 않는 건 몸의 해당기관이 알아서 거부한다.

이런 몸의 변화를 거부하고 역행하면 탈이 나게 되어있다.
젊었을 때 앉은 자리에서 소주 대 여섯 병 마셔도 끄떡없었다고 여전히 그렇게 마셔댄다면
이 건 일찍 가려고 작정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젊었을 때는 숙취로 고통을 당하더라도 하루 이틀 쉬면 바로 회복되자만
지금 나이에 그러고 나면 치명적인 대미지가 될 수 있다.

흘러간 세월을 되돌릴 수 없는 거처럼 세월 따라 노화하여 고물이 된 몸을
기름을 칠하고 부속을 갈아 낀다고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다.
옛날을 그리워하고 비교하여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한탄할 게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기꺼이 인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하면 된다.

우리끼리 삼삼오오 자리를 하다보면 반드시 건강이야기가 주제가 된다.
그럴 때마다 ‘ 종호야, 너 아직도 뛰니? 약 먹는 거 없지?’
라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게 되어,
‘우리 나이에 내일 어떻게 될지 몰라. 뭔가 엄청난 게 잠복해 있다
밤새 툭 튀어나올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지금은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몇 년 더 살고 말고 정도 차이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제 곧 아프다 가는 건 다 대동소이야.‘
하고 만다.

그런데 몸이야 역행하지 말고 세월에 따라 쇠약해지더라도 약해지는 면역력에 순응하며
무리하지 말고 지나치지 말고 나쁜 공기 등 열악한 환경에의 노출을 조심하면 되겠지만
우리의 정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의 마음이나 정신은 세월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세월을 역행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 육체와 다르다.
5-60년 전을 순식간에 무수히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마음이 닳는 거도 아니고
정신에 무리가 가는 거도 아니다.
과거를 되씹으며 마음의 병을 만들고 키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과거를 반추하며 마음과 정신을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단련할 수도 있다.

다음에 우리의 정신도 육체처럼 세월을 먹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노쇠해지고 약해지는 건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나의 정신과 마음도 육신처럼 칠십 줄에 접어들었으니까 늙고 병들고 고물이 되어버린 걸까.
육체의 병처럼 우리의 정신이나 마음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암 같은 이종세포가 발육하여
불치의 치명적인 병에 걸릴 수 있는 걸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라고 불문곡직 바로 반박하는 사람들이
아마 대다수일 거 같다.
하지만 고통을 수반하는 육신의 병처럼 겉으로 들어나는 증상은 없더라도
우리의 마음이나 정신도 외부로부터 받은 충격이 상처로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스스로 마음의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자존심, 옹고집, 편집증, 자기중심주의, 자기 편의주의, 선민의식,
늙어가면서 더해가는 이런 증상들이 다 마음의 병이다.
그런데 이런 병들은 스스로가 병이라고 전혀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지
스스로 객관적으로 진단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치료가 가능한 병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세월을 역행하여 신체의 면역력을 키우려고 할 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은 가급적 자주 세월을 역행하여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더욱 충실하게 보충하고 보강하여
그동안 방치하고 있던 마음과 정신의 면역력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20.02.01. 송 종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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