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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20-02-22 21:37:45, Hit : 106, Vote : 5
  토요 살롱 290회 " 停 滯 "

PC 자판에 한참 토요 살롱 원고를 두드리고 있던 지난 주 토요일 오후 느지막이
한두 방울 바람에 날리며 내리기 시작하던 비가 내리는 둥 마는 둥 오락가락 이어지다
밤이 이슥해서는 제법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이른 새벽부터 기온이 떨어지며
잠시 진눈깨비가 내리는 듯하다 이내 눈으로 바뀌었다.

내리며 녹고 해서 비록 쌓이지는 않았으나 날이 밝은 아침에 베란다 밖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나뭇가지에 걸칠 정도도 못 되었지만 공원 길, 숲 사이길, 둔덕 위로
드문드문 흰색을 살짝 칠한 거 같은 정도로 나마 눈 덮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오전 내내 싸락눈이 바람에 날렸고 점심 무렵이 좀 지나서는
느닷없이 함박눈이 쏟아지기도 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게 일기예보와는 전혀 다르게 이튿날 새벽에도 눈발이 날려
이것도 올해 처음으로 눈을 맞으며 그리고 바닥에 조금씩 쌓이는 눈을 밟으며
뇌와 폐를 시원하게 관통하는 차가운 공기와 함께 발 아래로 눈이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땀이 흠뻑 베이도록 뛰는 즐거움을 이번 겨울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맛 볼 수 있었다.
그 이후 이삼일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이번 겨울의 마지막 추위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미세먼지다.
오늘도 강풍이 부는 가운데 하늘도 흐리고 시야가 온 퉁 뿌옇다.
그러나 다행히 예년과 달리 거의 매주 비가 내리고 있어 겨울은 건조하지도 않고
주기적으로 먼지도 씻어 내리고 있다.
다음 주도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비 소식이 있다.

“ 오빠, 왜 이렇게 오랜만이에요?”

동 인천 전철역 앞에 단속을 피해 저녁에만 좌판을 깔고 노점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찬 공기, 찬바람에, 콘크리트 찬 바닥에 비록 파지는 두둑이 깔았지만
그래도 쪼그리고 앉아 있을 엄두가 안 나는지
아니면 그러고 한참을 앉아 있다 방금 일어났는지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팔, 다리, 사지를 다 덜덜 떨며
머리는 보자기로 눈, 코, 입만 내 놓은 채 칭칭 싸고
몸은 몇 겹을 껴입었는지 얼굴 아래는 거의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는
멀리서 비춰오는 가로등 등불로 겨우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얀 이를 다 드러내고 환히 웃으며 단말마를 부르짖는다.

‘아니 이 할머니가 또 오빠라고 부르네?
그거도 주위가 다 들으라고 비명 지르듯이 큰 소리로? ‘

이럴 때마다 깜짝 놀라서 주위를 돌아본다.
날이 추워서인지 다행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으로
제 갈 길을 서두른다.
우리하고 같은 연배인지는 아리까리하지만 아무리 적게 봐도  환갑은 넘었을 거 같은
이 노점 상 할머니가 언제부터인지 나만 보면 아는 채 정도를 훨씬 넘어
환호에 가까운 표정과 몸짓으로 눈이고 입이고 다 열고
‘오빠!’하고 비명을 지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란형의 조그만 얼굴에 바탕이 아주 예쁜 얼굴이고
항상 웃음기가 떠나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애교도 많았을 거 같다.

‘나야 요즘 해 지기 전에 일찍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한참 안 보이는 거 같던데?“

오빠라고 불리고 있는 마당에 상대방을 할머니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아줌마라고 부를 수도 없고 대 놓고 동생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마땅히 부를 호칭이 없다.
경칭을 쓰기도 그렇고 막 대하기도 그렇고 이 할머니가 자기는 편 할지 몰라도
상황을 아주 어색하게 만들고 있다.

‘딸네 식구들이 다녀갔어요. 오늘 볶은 거라 고소하고 맛있어요.
땅콩하고 방금 구워 아직 따끈따끈한데 가래떡도 좀 드려?’

한두 번은 장난인줄 알았는데 환한 미소 속에 장난기는 없었다.
생면부지에 전혀 모르는 사람을 왜 오빠라고 부르냐니까,
처음 나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처녀 시절 좋아했던 오빠를 수 십 년 만에 만난 걸로 착각했다고 했다.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오빠’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했다.

처녀시절 이후로 한 번도 오빠라고 불러보지 못했으니 자기 좀 내버려두면 안 되냐 고 했다.
살다보니 늘그막에 별 희한한 경우를 다 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피해 다닐 수도 그럴 필요도 없고 까짓 거 가끔씩 지나칠 때마다
잠시 수 십 년 전 할머니의 오빠 대행 역할을 해 주는 정도야 해 줄 수 있지 않나 하고 있다.

“아니, 처녀 때는 굉장히 예뻤을 거 같은데 나 같이 못생긴 사람을 왜 쫒아 다녔을까?”

“오빠! 난 알아, 오빠가 얼마나 멋쟁이인데. 젊었을 때는 여자들이 줄 섰을 거야.”

“ 무슨 소리, 줄은커녕 내가 줄 서 있었지.”

원 참, 세상에 별 일도 다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지 돈키호테처럼 특정한 상황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노환인지
정신적으로 환상과 착시를 일으키는 할머니를 구지 깨어나게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
어쩌다 마주칠 때면 그 때만이라도 할머니의 미몽 속에 함께 들어가 있어 줄 생각이다.

하기야 환각 속에서 뭐하고 살았는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살다 가는 게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할머니처럼 환상인 줄 확실히 알면서도 현실을 외면하고
환상을 붙들고 거기에 자신을 솔직하게 들어내는 게 덜 불쌍한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 여기 동구 보건소예요. 저 번에 뵌 간호사구요. 별 일 없으신 가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

“ 아, 예, 별 일 없습니다. 덕분에 어디 특별히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 예, 다행이네요. 대상 포진 예방 주사는 맞으셨나요? ”

“ 예, 그저께 가서 맞았습니다.”

“ 참 잘 하셨어요. 나머지 일정은 다음에 제가 가서 뵙고 짜도록 하고
  제가 전화 드리면 꼭 받으셔야 돼요? “

튼튼 정형외과를 들어서자 대기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두 명의 간호사가 맞아주었다.
일반적으로 우리 세대가 상상하는 간호사는 주름 하나, 티 끝 하나 없이  
순백의 정결하고 날이 선 빳빳이 풀 먹인 유니폼에 하얀 모자를 살짝 얹은
어리고 날씬하고 상냥하고 예쁜 처녀인데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아무리 좋게 봐도 40대 초반의 나이에 허리가 굵직한데다 그 위에 두툼한 스웨터를 걸치고
구찌베니 외에 거의 민낯에 가까울 정도로 별로 화장도 안 해
뭔가 좀 삼빡하지 못하고 어딘가 괜히 퉁명스러워 보이는 한 아줌마가 고개만 쳐들고
아주 무표정하게, “어떻게 오셨어요?”
억양도 무뚝뚝하고 동네라 집에서 입는 옷에 낡은 운동화를 끌고 가서 인지
후줄그레한 옷매무새의 백발노인이 들어서니까
귀찮은 불청객을 맞았을 때처럼 뭔가 경계하는 눈빛 같은 거도 보여
괜히 큰 부탁을 하러 온 사람처럼 주눅이 들고 쭈뼛거리게 만들었다.
다른 한 아줌마는 눈길은커녕 아예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이것저것 건네주는 서류에 시키는 대로 기재할 거 다 하고 서명할 거 다 하고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원장실에 들어가니까
이마에는 가로로 얼굴에는 세로로 죽죽 굵은 주름이 몇 갈래로 깊이 패이고
눈가고 입가고 턱이고 목이고 잔주름이 자글자글한 호호백발 늙은 원장이
두꺼운 안경을 코에 걸고 구부정하게 의자에 푹 파묻혀
아주 가소로운 듯이 입가를 축 쳐지게 하고 눈을 치켜뜨며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고 똑바로 째려보며 맞아주었다.

“ 뭐 먹는 약 없어요? 당뇨 혈압은?
  폐렴, 독감 등 다른 예방주사 맞으며 혹시 부작용 없었어요?
  대상 포진 예방 주사가 예방 주사 중에 제일 셉니다.
  평생 한 번만 맞으면 되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안 걸린다는 건 아니에요.
  걸리더라도 약하게 살살 걸린다는 거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까 오늘 하루 힘든 일 하지 마시고 샤워도 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주사실로 오자 예의 그 아줌마 간호사가 주사기를 위로 치켜들고 발사 준비 자세를 취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어깨에 놔 드릴게요. 어깨가 다 들어나도록 상의를 벗으셔야 돼요.
힘주지 마세요. 힘주면 아픕니다.“

힘주지 않았는데도 주사바늘 꽂을 때 따끔 하고서도 묵직한 통증이
한동안 어깨로부터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 힘 안 줬는데도 아프네요.”

“ 원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예방주사 중에 제일 강한 거라고 하셨잖아요?”

표정이 많이 풀려 눈 꼬리를 치켜들며 살짝 홀기기까지 했다.

주사실 밖으로 나와 그 제서야 열 댓 평 남짓의 접견실을 둘러보니까
하단에서 1m가량 높이에 2자 정도 폭으로 자주색 바탕 한 가운데에
고려대 배지가 그려져 있고 아래에 흰색으로 ‘고래대 의대 19회 졸업생 일동’ 이라고
쓰여 있는 휘장이 한쪽 벽면을 거의 다 차지하며 길게 둘러쳐져 있었다.
마침 원장이 진료실 밖으로 나오기에,

“ 원장님이 고대 의대를 졸업하셨는가 보지요?”

“아, 예.”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도 마지못해 하는 기색이 역력할 정도도 짧다.
목구멍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소리를 손가락을 집어넣어 억지로 끄집어내는 듯이
모래를 긁어내는 탁한 소리다.

“ 혹시 박 영철 교수 아세요? 지난 해 10월에 타계했는데.”

화들짝 놀라 그 제서야 고개를 돌리고 눈을 들고 쳐다보며,

“ 저희 선배십니다. 두 해 선배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

아니 이 노인네가 뭘 잘못 인식하고 있거나 데이터가 잘못 입력된 게 아닌가,
겉으로는 영철이의 30년 선배도 더 되게 보이는 데.

“ 아 그래요, 선배가 맞으세요? 저희하고는 고교 동창입니다.”
“ 아, 예.” 하고 황급히 마무리하더니,

“ 허리나 어깨나 목이나 어디 불편하신데 없으세요? ”

“ 불편한 데 없는데요. 어깨도 잘 돌아가고 목도 멀쩡하고 허리도 그런대로 불편하지 않고.”

“ 예방주사 맞고 한 30분 정도는 경과도 봐야하니까 기다리는 사이
  어디라도 물리치료 좀 받고 가세요.
  2층에 올라가면 물리치료실이 있으니까 올라가서 어디 받겠다고 이야기 하세요.“

목을 찜질하는 동안 깜빡 잠이 들었다. 그 잠깐 사이 머리가 맑아지고 사지가 개운해졌다.
원장이 영철이 친구라니까 자기 딴에는 뭔가 공짜로 해주고 싶었던 거 같다.
넉 달 전에 떠난 영철이가 문득 그리워진다.

“ 부회장님도 참, 만나서 정치 이야기를 안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우리 생활이 정치 아니에요?
  같은 일을 하면 일이라는 공통 화제가 있지만 분야가 다르면 한 사람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다 듣고 있어야 되잖아요?
  만나서 공통화제는 정치 이야기밖에 더 있습니까? “

다행히 우리 동기들은 만나서 정치이야기를 자제하고 있다.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누구 이야기에는 귀를 닫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얼마 전 여러 명이 점심을 같이하며 설왕설래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돼
서둘러 자리를 수습하고 다들 일어서는데 그 중 가장 말을 많이 한 친구가,
‘야, 나는 한 마디 입도 뻥끗 못 했는데 벌써 일어나냐?’

단체 톡 창에도 되도록 정치에 관한 이야기는 올리지 않는다.
자기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을 거고 상대방 이야기를 절대 안 들을 거라는 걸
각자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전쯤 동기들 너 댓 명이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대학 교수도 두 명이 끼어 있었다.
술도 몇 잔 돌아가고 공통적인 관심사에서 시비가 될 수 있는 주제로 넘어가자 누군가가,
“그런데 말이야, 너희들은 누구 이야기 듣고 자기 생각 바꿀 수 있어?”
그러면서 대학교수인 한 친구를 지목했다.
대답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못 바꾸지, 안 바꾸지.’
그러니까 견해가 첨예하게 갈릴 수 있는 정치 이야기는 할 수가 없는 거다.

정치 이야기 말고도 이야기 거리가 얼마든지 많다.
세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만든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인 황금 종려 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4개 부문 석권이라는
단군 이래 전대미문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나름 소시 적부터 영화광은 못 되더라도 팬 정도로는 자처하면서
당대의 화제작은 그럭저럭 봐오고 있는 편이지만 할리우드 영화 위주로 봤지
한국영화는 안 본지가 오래 돼 어지간해서는 관심도 없는데 내가 내심 깔보던 우리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는 데는 충격적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물 쓰듯 쓸 수 있고 최첨단 기술에 잘 갖춰진 세트장에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배우들이 넘쳐나고
각 분야 별 최고 엘리트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할리우드에서 만든
수많은 명화, 대작들과 경쟁해서 아카데미의 꽃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쟁취한 일은
그야말로 경천동지의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뒤늦게나마 영화를 감상해보려고 어떻게 찾아봐야 되나 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차제에 애들 엄마가 공짜로 다운을 받아 톡으로 보내왔다.
상영시간이 131분이니까 2시간이 훌쩍 넘는 장편이라 이틀에 걸쳐 두 번을 봤다.
영화 감상평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 한편 가지고도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화제 거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 늙다리들이 쌍 팔년도 식 지저분하고 비열한 정쟁에
웃기지도 않는 보수, 진보 논쟁에, 천년 묵은 지역 갈등에
서로 물고 뜯으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데
우리 젊은 세대는 어렵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존의 틀을 깨고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밖으로 뛰쳐나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는 거다.

얼마 전 오랜 만에 은행을 갔더니 은행 업무가 또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입출금 전표가 없어졌다.
번호표대로 창구에 가서 통장과 도장을 제출하고
카운터에 놓인 전자 판의 화면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지시에 따라
입금 은행과 계좌번호, 금액과 수령인을 화면에 기재하면 업무 끝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해졌다.
그래서 대기 시간도 거의 없어 번호판 뽑아들자 바로 창구로 향할 수 있었다.

“야, 이렇게 편하고 빨라졌네요.
우리 세대는 도저히 따라갈 수도 없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겠네요. 앞으로 더 할 거고.
날이 갈수록 우리 늙은이들은 젊은 세대에 거추장스럽기밖에 더 하겠어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주제에 고집만 부리고 딴지나 걸고.
젊은 세대들이 마음껏 일을 하고 마음껏 즐기고 꿈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제 쭉 뒤로 물러나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하는 게 답이네. “

마스크를 쓴 창구 아가씨인지 아줌마가 그 제서야 키득 키득 웃으며
빤히 쳐다보는 눈에도 장난기 섞인 웃음을 가득 담고,

“ 아버님, 편하셨어요? 그렇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기까지.
  뭐 더 도와드릴 일 없으세요? “

“ 배와 방주가 뭐가 다른지 아십니까?
  배는 노가 있고 돛이 있습니다. 즉 항해를 할 수 있는 동력이 있습니다.
  반면에 방주는 사방을 막고 뚜껑을 씌웠지만 노도 없고 돛도 없어
  그냥 떠 있기만 할 뿐입니다. 해류에 밀려다니지 자의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배는 어디로 가겠다는 목적이 있고 방향이 있습니다.
  방주는 그런 목적지를 정 할 수도 없고 방향도 없습니다.
  노아의 방주는 그런 상태에서 150일을 떠다니다 아라랏 산에 도착했습니다.
  방주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디가 어딘지 아무 것도 몰랐겠지요.
  그리고 150일 동안 방주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떠했겠습니까.
  어찌 보면 우리 인생이 이렇게 방주 안에 있는 거와 다를 바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 좁은 공간이 자신들의 세계인 줄 알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세상사의 모두인줄로 알고 그 좁은 공간에서 시기하고 암투하고 잘 난 체 하고
  방주 밖에 훨씬 넓은 세상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은 유구한 신촌 창천 교회 담임 목사이자 24회 신우 회 담임 목사인
구자 경 목사가 지난 달 신우 회 정기 모임에서 설교한 ‘방주의 은혜’ 내용 중 일부분이다

차를 타고 가다 정체가 생기면 누구나 짜증을 낸다.
바쁘고 한량하고를 떠나 어디로든 가야하는데 정지하고 있는 상태가 싫은 거다.
흐르는 물이 정체되면 썩는다.
흐르는 세월을 못 따라가고 정체해 있으면 짜증의 대상이 되고 걸림돌이 되고 외면당한다.
우리의 육신이야 세월이 지나며 나날이 연약해질 수 있지만
우리의 정신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우리 자신을 조금만 변화시켜
귀를 열고 마음을 열면 우리 스스로를 속박하고 스스로를 가둔 자신 만의 방주의 문을
겁내지 말고 과감하게 자기 힘으로 열수만 있다면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나마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한 없이 넓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 주는 2월의 마지막 날이자 29일로 하루가 더 있는 날이지만
행사가 있어 토요 살롱도 건너뛴다.
중국 우한 발 신종 바이러스로 세계가 뒤숭숭한데
우리 동기들과 그 가족, 그리고 토요 살롱 독자들 모두 무사 건강하길 기원하며,  
2020.02.22. 송 종 호.  





토요 살롱 291회 " 서울 고 24회 김 우 중 동기의 명복을 빌며 "
토요 살롱 289회 " 서울고 24회 故 조 항 규의 명복을 빌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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