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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20-08-22 21:35:43, Hit : 108, Vote : 4
  토요 살롱 311회 " 늦 더 위 "

지난 주말 장마가 그치자마자 이 번 주초부터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상청 예보대로
어제 오후 잠깐, 그리고 오늘 이른 아침에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몇 방울 스치고 지나갔지만
연일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금년 여름 들어 8월 중순이 넘어서야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전형적인
그리고 전통적인 뙤약볕 여름 무더위다.
오랜 비에 흠뻑 젖은 대지와 수목이 품고 있는 물기가 증발하며 뿜는 수증기로 습도도 높아
따가운 햇살임에도 후덥지근하기까지 하여 조금만 움직여도 이마와 등줄기에
주르르 땀이 흘러내린다.

기온도 높고 물기도 많아서인지 모기가 제대로 때를 만났다.
12시간 효과가 있다는 모기향을 서너 시간마다 갈아야 된다.
제시된 처방전만 믿다 새벽에 엄청 뜯기며 잠을 설치고 나서야 약효를 의심하게 되었다.
이제 모기도 내성이 강해져 어지간한 건 견뎌내고 그렇지 않으면 일단 후퇴했다가
약발이 조금만 떨어져도 어떻게 알았는지 약발이 떨어지길 어디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지체 없이 쳐들어와 물어 뜯어댄다.
그래서 자다가 깰 때마다 모기향을 매트에 갈아 끼워야만 한다.

지지난해까지는 운동할 때 한여름에도 비록 여름용이긴 하지만
발등을 덮는 긴 트레이닝 하의를 입어 최소한 다리는 모기로부터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조깅용 팬티로 바꾼 후 모기의 먹잇감 부위가 거의 전신으로 확 넓어졌다.
그렇다고 다시 긴 트레이닝복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설사 모기에게 왕창 뜯기더라도 긴바지를 입어 답답함은 고사하고
이미 팬티 차림이 얼마나 시원한지 한 번 맛을 봤기에
다리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를 분출하지 못해 그 열기가 온 몸으로 퍼져
마치 사우나에 들어앉아 있는 거처럼 땀을 비 오듯 쏟으며
더운 숨으로 헐떡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지나 나나 누구나 할 거 없이 이렇게 간사하다.
몰랐을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아무 불평 없이 잘 지내다가도
한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하고 벗어나지 못하고 집착하기 마련이다.
지나치면 염치도 잃고 분수도 오버하여 추잡하게 되고 주위의 손가락질도 받게 된다.
만족을 모르는 게 인간이라 대개가 지나치게 되어 있고
그러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고 스스로를 허위로 미화하고 자기방어를 하게 된다.
한마디로 뻔뻔스러워지는 거다.

이런 경향은 인간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속성이라 아무리 늙어도 변하지 않는다.
노욕, 노추라고들 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 맛에 빠져 귀가 멀어버려 어떤 이야기도 못 듣는다.
그런 꼴을 대하는 제3자 또한 ‘아니 왜 저러고 살까.’ 하고
말로야 매도도 하고 욕도 하고 분노도 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못한 주제에 ‘나는 아니야.’ 라고 단정한다면
그건 자신을 너무 모르고 있거나 실제로는 그런 모습에 동감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거짓으로 자신을 위장하는 위선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인 이상, 지나 나나 나이를 곱 백 살을 먹어도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편리하고 보다 편안한 일을 추구하고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보다 쾌락적인 거를 찾아다니는 게 바로 인간의 속성이라
말은 그럴싸하게 하며 온갖 점잔은 다 떨고 아닌 척 하더라도
결국은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신이 설정한 자신만의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게
우리 인간의 살아생전의 최종 목표이자 행복이 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조깅을 마치고 스트레칭 겸 상체운동을 하는 한 시간 동안
팔이고 다리고 목이고 심지어 얼굴까지 모기에게 무차별로 뜯기고 있다.
조깅을 마치고 운동기구 앞에 앉자마자,
‘아이고 반갑습네다. 어서오시라요.’ 학수고대 손님 받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사방에서 모기떼가 까맣게 몰려온다.

땀이 범벅이 된 채 한참을 손바닥을 쳐 눈에 띄는 대로 훑고 쫓고 잡고 하면서
몇 군데 물리더라도 모기떼가 흩어지는 걸 보고야 운동을 시작하는데
그러고도 순간순간 주의를 기울이며 몸에 붙은 모기를 손바닥으로 쳐 잡는 데도
운동을 다 마칠 때까지 이 삼십 군데는 족히 물린다.

그래서 수년전 애들 엄마가 잠시 다니러 왔을 때 골프 갈 때 지참하려며 챙겨 준
분무 형 모기퇴치 제가 어디 있을 거 같아 뒤졌더니 다행히 신발장안에서 발견할 수 있어
‘옳구나, 잘 됐다. 그러고 보니 내 기억력도 아직은 쓸 만하네?’
자화자찬에 자기만족에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또한 다음날부터 모기에 뜯기지 않을 거 생각하니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즐기던 먹이가 그림의 떡이 됐으니 모기들이 얼마나 약이 오를까.

그러나 그 이후 단 하루도 모기 퇴치 제를 써 먹지 못했다.
새벽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매일 하던 습관대로 얇은 목장갑과 땀 닦을 수건만 챙기고
그냥 덜렁덜렁 나가는 바람에 모기가 몰려오는 걸 보고서야 ‘아차, 또 까먹었구나.’
하고 자신을 심하게 자책하게 된다.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하기야 골프 갈 때도 챙겨 간 적이 없었고 벌초 갈 때도 한 번도 챙겨가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산모기에 맹폭을 당하곤 했었다.
이래서 홀아비 생활이 서글프고 고달픈 거다.
남자들이 대체로 덜렁대기 마련인데 늙으면서 거기에 건망증까지 더해진다.
꾸역꾸역 기억을 짜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필요할 때 끄집어내는 순발력이 없어진다.
머리의 저장 공간이 줄어들었는지 기존의 루틴에 새로운 루틴을 입력하기가
보통 힘들지가 않다.
힘들다기보다 점점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뇌가 이제는 기존의 재고도 덜어내야 하는 판이라
더 이상의 저장거리가 들어오는 걸 아예 거부하는 거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나가는 길에 세 번이나 집을 들락거린 적이 있었다.
하던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허겁지겁 나가는 바람에 미팅에 가져갈 서류를 두고 나와
전철역 다 갔다 되 돌아왔고 이번에는 상의를 갈아입고 나가느라 마스크를 빠뜨려
단지를 벗어나 큰 길까지 내려왔다 되돌아와야 했고 마지막으로는 지갑을 두고 나와
다시 돌아 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세 번째 타야했다.

세 번을 그렇게 들락거리다 급행 전철마저 놓쳐 약속시간에 대지 못해
약속 상대인 한참 어린 후배에게 구차하게 양해를 구해야하게 되자
자신에 대한 짜증과 화가 폭발할 정도가 아니라
잠시나마, ‘이러고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나.’ 라는 절망에 빠질 정도가 되기도 했다.
늙어가며 정신 줄을 놓게 된다고 하는 데 그걸 노망든다고 한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슬슬 노망기가 들기 시작하는 걸까.

그래도 내가 잡은 모기 마리 수가 물린 곳보다 많은 거 같으면
팔 다리 할 거 없이 곳곳이 긁어서 벌겋게 부어올랐는데도
왠지 무슨 중요한 게임에서 승리한 거처럼 잠깐이나마 기분이 업 되어
그 날은 뭔가 즐거운 일이 일어나거나 기대하던 일이 성사될 거 같이 마음이 들뜨지만
잔뜩 뜯기기만 하고 몇 마리 잡지도 못하면 대단히 손해를 본 거 같고
운이 나쁜 날인 거 같아 분도 나고 약도 올라 혼자서 씩씩대다 보면
이른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 최저 온도가 25도를 상회하는 열대야가 아직은 없다.
그래서 집에 있는 동안은 문이란 문은 다 활짝 열어 두고 지내지만
운동 마치고 들어와 흘린 땀을 식히러 잠깐 트는 외에 아직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다음 주 화요일부터 사흘간 비 예보가 있고
이 달 말까지 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리지만 최저 기온이 25도를 넘는 날은 없다고 한다.
열대야 하루 없이 지나가는 기록적인 여름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몸이 끈적끈적한 땀으로 쩍쩍 들어붙어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문제지
낮의 찜통더위야 뙤약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더라도
또 아무리 지구의 온난화를 과장하고 호들갑을 떠는 인간이나 매스컴, 기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돌고 있는 이상
남 북위 23.5도 이상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4계절 절기라는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 되게 되어 있다.
절기상 내일이 바로 서리가 내리고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다.

그래도 아직은 아침나절이 지나면서부터 바람도 자자들고 그나마 부는 바람도 열기를 실어
후덥지근해 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해가 지고 어스름이 몰려오면 기온도 떨어질뿐더러
덩달아 불어오는 열기가 씻긴 시원한 바람이 더욱 더위를 가시게 해
저녁 식사 겸 한잔 한 후 의례 들리는 생맥주 집에서도
에어컨은 빵빵 돌아가지만 밀폐돼 답답한 실내보다
바람도 시원하고 시야도 툭 트인 옥외 테이블을 찾게 된다.

그래서 낮에는 5분만 걸어도 물기 잔뜩 품고 있는 습한 공기로 흐르는 땀에 후줄근해지고
강렬한 햇빛 외에도 달궈진 대기와 아스팔트에서 내 뿜는 열기로 기력이 다 빠지지만
어두워지며 기온이 떨어지고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면
더위와 습기로 뿌옇게 가려 흐리멍덩하던 머리가
한낮의 흐늘흐늘 축 늘어진 무기력을 까맣게 잊고 안개가 걷히듯이 개운해지기 시작하며
히야시 잘 된 맥주나 막걸리 한 잔이 눈앞에 어른거려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우중에도 빡빡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비가 그쳤는데도 영 신통치가 않다.
동 트기 직전부터 울어대고는 있으나 요란하고 시끄럽다기보다
쓰르라미 울음처럼 어딘가 처량하고 처연하게 들린다.
해 뜰 때까지 새벽에는 그런대로 울어대다가 아침나절에는 그나마 지쳤는지
뙤약볕이 내려 쬐는 한낮이 될 때까지 잠시 쉬며 원기를 회복하려는지 울지도 않는다.

짝짓기를 마치며 마지막 임무를 다한 수컷들은 생명체로서 종말을 고해
아마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짝짓기가 이루어질수록 울어대는 수컷 수는 줄게 된다.
수컷이 암컷에게 어필을 하기 위해서 울어댄다니까
우렁차게 우는 녀석들부터 짝을 찾게 되어
남은 녀석들의 성량은 먼저 간 녀석들보다는 못하다는 이야기다.

울어대는 수컷의 숫자가 줄어드는 대다 비교적 열등한 녀석들이 남아 울고 있어
날이 갈수록 매미울음 소리가 잦아들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렇게 들어서 그런지 비실비실 울고 있는 매미울음소리에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어떻게든 짝을 지어보려는 처절한 절박감이 배어있는 거 같기도 해
아직도 짝을 못 찾고 울고 있는 녀석들의 처지가 애처롭다는 생각도 든다. .

군서를 하는 동물들 중에 수컷 우두머리 한 놈이 암컷을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무리 중에 힘이 제일 세고 가장 영리한 수컷이
도전자를 일대일 대결 각개격파로 모두 물리치고 우두머리가 되어 암컷을 전부 차지하고
무리 중에서 가장 우수한 DNA를 모든 암컷에 전달하여
우생학적으로 가장 우수한 새끼를 낳게 한다.
종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생존본능이라고 할까.

교미의 쾌락은 인간만이 느낀다고 한다.
암컷이 번식 가능한 기간이 되면 발정을 하여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이는 수컷에게 교미를 허용하는 신호이고 이를 감지한 수컷이 암컷에 접근하여
이 때만 생식을 위한 교미를 한다.
인간과 달리 번식 기 이외에는 암컷이고 수컷이고 성욕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암컷을 독식하는 우두머리에 대한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고
교미한번 못해보고 일생을 마쳐야 하는 loser 수컷들을 불쌍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더구나 우두머리가 되더라도 임기라는 게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루 만에 바뀔 수도 있고 승승장구 도전을 물리치고 장수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호시탐탐 약점을 노리고 있는 도전자들로부터 언제 어디서나  
싸움에 대비해야 하는 우두머리로 존재하는 게 보통 고달프지 않을 수도 있다.

매미도 가장 우렁차게 우는 녀석들부터 교미를 하여 일찌감치 일생을 마치게 되고
울음소리가 별 볼일 없는 녀석들은 최악의 경우 울기만 하다 교미도 못 해 보고
가장 늦게 일생을 마치게 된다.
매미 울음소리가 그치면 매미가 모두 생을 마쳤다는 거고 그러면서 여름도 끝이 난다.
아무리 늦더위라지만 매미소리가 그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0.08.22. 송 종 호.




토요 살롱 312회 " 철을 잊은 장미 "
토요 살롱 310회 " 비가 와도 울어대는 매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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