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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2021-07-31 21:14:26, Hit : 56, Vote : 14
  토요 살롱 328회 " 만능 스포츠맨, 김 성배 동기의 명복을 빕니다. "

미국에서 돌아와 일주일이 된 지난 주 토요일, 일주일 내 비 한 방울 구경도 못 하며
낮에는 강렬하게 내리 쬐는 불볕더위에 녹초가 되고
밤에는 자정이 넘어도 체감온도가 30도가 넘는 열대야에 잠을 설치느라
시차 운운하며 사치를 부릴 겨를도 없이 몸이고 머리고 축 널부러져 뭘 어떻게 썼는지
교정 같은 건 생각도 못하고 비몽사몽 겨우 토요살롱을 탈고하느라
핸드폰의 문자나 메시지를 들여다 볼 여유도 틈도 없었다.

토요 살롱을 쓴 다음 날인 일요일에는 어지간해서는 새벽에 운동을 나간다.

토요살롱을 올리면 저녁 10시 전후가 되는데 아침부터 종일 pc 앞에 앉아 자판 두드리느라
눈도 아프고 어깨, 허리가 뻐근하고 온 몸이 늘어지지만
좋지도 않은 머리, 그마저 노화된 머리 쥐어짜내고 집중하느라 장시간 긴장한 탓인지
좀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뒤척인다.

대학 시험에 일이차 다 떨어져 어떻게 하나 낙담하다
아, 참 나는 이미 성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지 하고 안도하며 깨는 꿈,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수 학점 계산을 잘못하여 딱 한 학점이 모자라
한 학기를 더 다녀야해 가슴이 철렁 내려않다 깨는 꿈,
수강 신청을 했지만 출석을 하지 않아 학점 빵꾸로 졸업이 유예되어 전전긍긍하다
깨는 꿈 등이 단골 메뉴다.
조시가 그야말로 와루이한 날은 이런 꿈들을 패키지로 꾸며 몇 번씩 소스라치게 놀라
깨느라 잠을 완전히 설친다.
이런 날은 새벽에 비록 침대가 잡아당기고 다리는 꼬이고 몸은 천근이지만
눈을 감고라도 나가 조깅과, 상체운동, 스트레칭 등
평소와 다름없이 풀코스를 소화하며 땀에 흠뻑 젖는다.
물론 그러고 나면 종일 졸고 다니지만 몸은 오히려 가뿐하고 그 날 밤은 푹 잘 잘 수 있다.

토요살롱 올린 저녁에 늦게 잠자리에 들어 몇 시간밖에 누워 있지 못 하는데도
그나마 이런 이유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잠을 완전히 설치지만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다음날 새벽에 무조건 나간다.
그리고 밀린 집안일을 대충 정리하면 어느새 점심때다.

그래서 대진이가 보낸 부고를 확인한 건 일요일 오후였다.

“서울 고 24 김 성배 동기 별세
목동 이대병원 장례식장 10호실. 발인 7월 24일(토요일) 15:00
장지 : 이천 에덴 낙원.
가족 이외에는 빈소 입장 금지
7월 19일 제주도에서 스쿠버하다 사고로 사망. “

이어서 마곡 동 서울 이대병원으로 빈소 정정 안내와 함께
다음날 14시까지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장지 가는 버스에 동승할 수 있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다음날 14시가 바로 대진이와 통화를 할 무렵이었다.

김 성배란 이름이 생소해 동기 주소록의 사진을 들춰 바도 전혀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그야말로 생면부지의 동기였다.
바로 대진이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장례식장에 와 있다고 했다.
가족 이외에는 입장이 안 되지만 친지라고 우겨 최 종호와 같이 들어왔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물어봤더니,
동기 회 행사에 잘 나오지 않아 같은 반을 하지 않았으면 모를 수밖에 없을 거라며
이과 반이었는데 서울 대 사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중학교 교사로 부임했다가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정년까지 재직했으며
우리 모교에도 몇 년 근무 했다고 했다.
아들, 딸, 남매를 두었는데 모두 출가를 했다고 했다.

각종 스포츠를 다 좋아하고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지만 특히 스쿠버에 빠져 겨울에는
필리핀 등 더운 남쪽 나라로 원정을 다닐 정도로 마니아였다고 한다.
19일 제주에서 사고 후 부검하고 화장까지 마치고 유골만 들고 와
이대병원에서 형식적으로 하루 빈소를 차렸다고 했다.

친하게 지냈냐고 물어보니까,

“ 친했다 라기 보다 중고교 6년을 같이 다녔으니까. 그냥 만나고 그랬지 뭐.
  최 종호가 친했으니까 종호한테 물어 봐.“

종호에게 전화해 물어보니까 대진이와 비슷한 대답이었다.

“장례식장에 대진이와 둘만 갔다며?”

“아니야, 장례식장에 둘만 들어갔다는 거고 여러 명이 바깥에서 기다리다 장지까지 다녀왔어.
우성이도 왔고 필구도 왔고.“

우성이로부터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 우리 다 같이 중학교 다닐 때부터 친했어. 죽은 영철이와도 친했고.
  성배가 속한 우리 동기 단톡방이 있는데 회원 수가 스물 몇 명이나 돼.
  성배와 가까운 친구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거지.
  키도 작고 까불까불했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잘 했어. 운동신경이 엄청나. 천재적이야.
  부인과 함께 테니스도 잘 쳤고.
  성배가 몇 대 독자라 친척들도 별로 없을 거야. 그런데 모친이 아직 생존해 계셔.
  그야말로 청천하늘에 날벼락이지.
  제주에 10명이 갔는데 8명은 초보라 가이드가 입수 전 주의사항을 주지시키는 동안
  성배와 다른 한사람은 이미 프로급이라 자의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거야.
  그런데 돌아올 때는 가이드가 반드시 인원을 체크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두 명을 빠뜨린 채 출발했대.
  나중에 아차 했을 때는 이미 배가 출발한지 15분쯤 경과했다고 하니까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는 이미 30분이 지나 있었던 거지.
  다른 한 사람은 무사히 구조했지만 물속으로 들어가 성배를 들어 올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거야.
  부검을 하니까 폐에 물이 차 있었다고 하니까 그건 물고 있던 호흡보조 파이프를
  뱉어내고 물을 들이켰다는 이야기거든.
  즉 물속에서 호흡기를 물지 못 할 정도로 몸에 무슨 이상이 일어났지 않았나 하는 거지.  
  성배가 우리끼리 모임이 있을 때 자주 불참했는데 주된 이유가 스쿠버 가는 날과
  겹쳤기 때문이라고 했거든.
  그래서 우리끼리 이런 말도 했어.
  ‘성배. 너는 아마 물에서 죽을 거야.’ 그런데 이게 말이 씨가 된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런데 아무리 건강과 체력에 자신이 있고 물에 해박하다고 하더라도
칠십 노인이 스쿠버 다이빙이라니 좀 지나쳤던 게 아닐까?“

“그러게 말이야. 내가 그 말이야. 누가 봐도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비록 순간이었겠지만 물고 있던 생명선을 놓았을 때 만일 자각하고 있었다면
엄습하는 공포에 얼마나 놀라고 가슴 졸였을까.
바닷물을 들이키는 순간 폐에 물이 차는 고통과 함께 성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비록 나이야 칠십 줄에 접어든 노인이지만 아직 사지육신이 멀쩡하여
자력으로 어디든 다닐 수 있고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신체적으로 병약하지 않아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피해를 끼치지 않아도 될 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호도 늙고 병든 추한 몰골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장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만을 남긴 채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즐기던 스쿠버 다이빙 중에 홀연히 생을 마감한 성배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졸지에 장승같은 아들을 잃은 성배 어머님,
서로 의지하며 반생을 함께 나누어 온 반려자를 잃은 성배 부인,
언제나 힘이 되어주던 존경하는 아버지를 잃은 자녀들의 애통하고 애절한 슬픔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를 계기로
가족 간에 더욱 아끼고 더욱 사랑하며 고인과의 지난 추억을 가슴 깊이 새기되
매 순간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제자리를 찾는 거가
고인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라는 감히 주제넘은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1.07.31. 송 종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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